
발주서에 맞춰 원자재를 확보하고 생산까지 시작했는데, 거래처에서 갑자기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매 부진이나 사업계획 변경이 이유라고 하지만, 제조업체에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처분하기 어려운 재고가 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규현 변호사입니다.
납품계약 일방적 취소에서는 계약을 끝낼 수 있는지와 그로 인한 손실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나누어 살펴야 합니다.
취소 통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모든 비용을 떠안을 필요는 없지만, 발주금액 전부를 손해로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납품계약 일방적 취소, 계약 내용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확정된 주문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본 거래계약에 예상 물량만 기재한 경우와 개별 발주서로 수량·단가·납기를 확정한 경우는 다르게 검토해야 합니다.
장래 발주에 대한 기대만으로 생산한 것인지, 상대방의 승인에 따라 착수한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계약서 없는 거래
정식 계약서가 없더라도 발주서, 견적 승인 이메일, 생산 지시 메시지 등을 통해 합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견적을 요청한 기록만으로 발주가 확정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가격 협의와 최종 승인, 생산 착수에 이른 과정을 연결해서 정리해야 합니다.
계약의 성격도 살펴야 합니다.
납품계약에는 매매와 도급의 성격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도급으로 평가되는 계약에서는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일을 완성하기 전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업체의 잘못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해제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한편 하도급법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라면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하도급법 제8조는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는데도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모든 납품거래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규정은 아니므로 당사자와 거래의 요건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생산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청구 내용
취소 당시 어디까지 이행했는지에 따라 정리할 비용과 청구 내용이 달라집니다.
| 취소 당시 상황 | 확인할 내용 |
|---|---|
| 원자재 구매 | 해당 주문을 위한 구매 내역과 반품·전용 가능 여부 |
| 생산 진행 | 투입한 재료비·가공비·외주비와 반제품 수량 |
| 생산 완료 | 완제품 수량, 약정 사양 충족 여부와 인수 거절 경위 |
| 일부 납품 | 납품한 물량의 미지급 대금과 취소된 잔여 물량 |
이미 납품한 제품의 대금과 미생산 물량에 대한 손해를 한꺼번에 묶으면 청구 근거가 불분명해집니다.
완제품도 계약 내용과 해제의 효력에 따라 대금 청구 또는 손해배상 문제로 검토해야 합니다.
거래처가 뒤늦게 품질 문제를 주장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승인받은 샘플, 제품 사양서, 검사 결과와 납기 협의 기록을 함께 확보하면 취소 사유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손해배상은 발주금액과 구분해 계산해야 합니다
이미 지출한 비용
원자재비나 외주비는 지출 사실뿐 아니라 취소된 주문 때문에 발생한 비용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회사 전체의 인건비나 공장 운영비를 별다른 구분 없이 모두 포함하면 다툼이 커집니다.
- 원자재·전용 포장재 구매내역과 지급 증빙
- 생산일지와 작업별 투입 내역
- 외주업체 발주서와 정산자료
- 재고 수량, 보관 상태와 처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
보관료나 폐기비도 실제 지출했다고 모두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취소와의 관련성, 지출의 필요성, 금액의 적정성을 설명해야 합니다.
민법 제393조에 따른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에서는 통상손해가 원칙이며, 특별한 사정으로 발생한 손해는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도 문제 됩니다.
예상 이익과 공제 항목
예상 매출액과 예상 이익은 다릅니다.
납품 예정 금액에는 앞으로 지출할 재료비·가공비·운송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생산 중단으로 지출하지 않은 비용까지 손실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민법 제673조에 따른 도급계약 해제에서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완성했다면 얻었을 이익이 배상 범위에 포함됩니다.
다만 남은 자재를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처분해 얻을 수 있는 가치 등은 공제 대상으로 검토됩니다.
관련 판단은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주문으로 얼마를 벌 예정이었다”는 설명에 그치지 않고, 계약 단가와 원가 자료로 금액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위약금 조항이 있다면 실제 손해와의 관계, 별도 청구 허용 여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취소 통보 후에는 기록과 정산 조건을 정리해야 합니다
먼저 취소 사유와 대상 물량, 통보 시점을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화로만 이야기가 오갔다면 그 내용을 정리해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답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통보 당시의 생산 진행률과 재고 현황을 기록해야 합니다.
무조건 생산을 계속하거나 즉시 재고를 폐기하기보다, 계약상 의무와 추가 손실을 고려해 후속 조치를 정해야 합니다.
정산 협의에서는 금액 외에도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 지급기한과 분할 지급 조건
- 완제품·반제품·원자재의 인수 주체
- 금형·도면 등 반환 대상과 일정
- 추가 청구를 포기하는 범위
특히 일부 비용만 지급받으면서 ‘모든 채권·채무가 정산됐다’는 문구에 동의하면, 남은 손실을 청구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합의서의 문구는 실제 정산 범위와 일치해야 합니다.


계약 종료와 손실 정산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납품계약 일방적 취소에 대한 대응은 거래 유지, 완성 물량 인수, 비용 정산 중 무엇을 우선할지 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협의가 어렵다면 거래의 성격에 맞춰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검토하게 됩니다.
변호사의 검토가 필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습니다. 취소 통보의 효력과 청구 근거를 판단하고, 생산·회계 자료를 바탕으로 손해액을 정리해야 협상에서도 요구사항을 분명히 제시할 수 있습니다.
취소를 받아들이기 전에, 회사에 남을 비용과 포기하게 될 권리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계약서와 발주 기록, 생산 내역을 함께 살펴야 거래 종료 이후의 손실까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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