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이 가져간 돈은 신고해도 처벌할 수 없다.”
부모의 현금을 자녀가 가져가거나 배우자가 귀금속을 몰래 처분했을 때, 이런 설명을 듣곤 합니다.
그러나 과거 친족상도례에 관한 설명을 지금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법이 개정되면서 가까운 가족이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던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가족 간 재산 다툼이 모두 절도죄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누구의 재산인지, 사용을 허락했는지, 언제 가져갔는지에 따라 검토할 내용이 달라집니다.
저는 이런 문제를 볼 때 절도죄의 성립 여부와 친족상도례의 적용 여부를 나누어 살펴봅니다.
가족이라는 사실부터 앞세우면 정작 확인해야 할 재산관계와 고소 요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가족 간 절도, 형 면제에서 고소 중심으로 바뀐 기준
친족상도례는 일정한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특별한 취급을 정한 규정입니다.
가족의 돈을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나, 가족 재산을 모두 공동소유로 본다는 뜻은 아닙니다.
과거 형법은 직계혈족·배우자 등 일정한 가까운 친족 사이의 범행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정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더라도 해당 규정이 적용되면 형을 부과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이 규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후 2025년 12월 31일 형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친족 간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정리됐습니다.
절도죄에도 형법 제344조를 통해 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개정의 핵심은 피해자의 의사입니다.
친족상도례가 전부 없어졌다고 이해하기보다는, 일률적인 형 면제에서 적법한 고소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다만 고소했다고 유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소는 형사절차의 요건이고, 절도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는 증거를 통해 따로 판단합니다.

적용 범위를 가르는 재산관계와 사용 권한
같은 집에 보관된 현금이라도 부모가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과 가족이 함께 쓰도록 마련한 생활비는 사정이 다릅니다.
배우자의 귀금속을 몰래 팔았다면 구입 경위와 소유관계, 처분에 대한 동의가 문제 됩니다.
“가족 돈이라서 썼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반대로 명의가 한 사람 앞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계가 정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 소유관계와 평소 관리 방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생활비 사용과 무단 처분
평소 생활비 계좌를 관리하도록 허락받았더라도, 그 권한이 개인 채무를 갚는 데까지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용을 허락한 목적과 범위를 살펴야 합니다.
가져간 돈을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절도가 부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자기 돈처럼 사용하려 했는지, 실제로 어떤 용도로 처분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때 대화 기록은 단순한 가족 간 대화를 넘어 사용 권한을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필요한 만큼 써라”는 말이 있었는지, 특정 비용만 지급하도록 맡겼는지에 따라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유자와 보관자가 다른 경우
친족관계는 물건을 보관하던 사람과의 관계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소유자와 점유자가 다른 경우, 범인이 양쪽 모두와 친족관계에 있어야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지인의 귀금속을 맡아 보관하던 중 자녀가 가져갔다면, 부모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특례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귀금속의 주인은 가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족 명의 카드로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돈을 인출한 사건도 구분해야 합니다.
인출 과정에서는 기기 관리자가 점유하는 현금에 대한 절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계좌 명의자가 가족이라는 사실과 절도죄의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범행 시점과 고소기간은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조문만 읽고 오래된 사건의 결론까지 내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개정법에는 적용 시점과 고소기간에 관한 별도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규정은 부칙에 따라 2024년 6월 27일 이후 최초로 지은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그보다 앞선 행위는 종전 규정과 헌법불합치 결정의 효력을 따로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를 최근 발견했다고 해서 과거 행위에 현재 기준이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돈을 가져갔다면 총액만 정리해서는 부족합니다.
각 인출이나 반출의 날짜를 확인해야 적용 법률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소기간과 경과규정
친고죄의 고소기간은 원칙적으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입니다.
공소시효와는 다른 기간입니다.
범행 후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고소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에서는 2024년 6월 27일부터 법 시행 전까지 발생한 범죄 중 종전 형 면제 규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 고소할 수 있는 특례를 두었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이 한시적 기간은 이미 지났습니다.
다만 개별 사건의 고소 가능 여부는 일반적인 고소기간과 특례 적용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확인할 날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산을 가져가거나 처분한 날
- 피해자가 범인을 알게 된 날
- 수사기관에 고소한 날
단순히 “작년에 있었던 일”이라고 정리하기보다 거래내역과 대화 기록으로 날짜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개정규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고소도 가능합니다.

합의 이후에도 남는 고소 취소와 반환 문제
가족 간 사건에서는 처벌보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우선일 수 있습니다.
이때 반환 합의와 고소 취소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매달 갚겠다”는 약속을 받고 고소부터 취소했는데 지급이 중단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지만, 취소한 사람은 다시 고소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반환 금액과 지급기일,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취소 시점을 판단해야 합니다.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고소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합의서나 처벌불원서의 내용에 따라 고소 취소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문서 제목보다 기재된 의사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절차가 제한되거나 종료되더라도 재산 반환 문제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관계와 합의 내용에 따라 반환청구나 손해배상을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절도죄 친족상도례가 문제 된다면 가족관계와 함께 재산의 소유자, 사용 권한, 범행 날짜, 고소 경과를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사실들이 확인돼야 처벌 가능성과 재산을 돌려받을 방법을 각각 판단할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